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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보며 울고 웃고

영화 거미집 , 꿈도 성공도 검열되던 시대의 자화상

by 연잎의노래 2024. 1. 6.

1. 영화 '거미집' 줄거리

영화 '거미집'은 1970년대 초 영화 원고를 쓰는 김열(송강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김감독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싸구려 치정극 찍지 말라고 충고를 듣는다. 김감독은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것이라고 회사에 말하지만 회사는 좋아하지 않는다. 김감독은 약까지 먹으며 괴로워하는데 제작자 백회장은 영화의 촬영을 반대한다. 결국 제작사의 후계자 신미도(전여빈)의 허락을 받으며 다시 영화가 촬영이 된다. 미도는 시나리오를 읽고 카프카의 괴기 소설 같다면서 다시 촬영하라고 한다. 문공부의 심의 허가도 없이 세트장에서 촬영을 한다.  일정이 꼬인 배우들은 불만을 터뜨리며 세트장에 모여 든다.

영화 '거미집' 포스터

신미도는 드라마 일정 때문에 바쁘다고 하는 한유림(정수정)을 때리고 싸움을 한다. 강호세(오정세)는 유림이가 임신을 했다고 보내 달라고 한다. 세트장이 폐쇄되고 배우들은 세트장에 갇힌다. 그러자 신감독의 부인이 돌아와서 영화 촬영을 중지시킨다. 김감독은 화가 나서 사무실의 집기를 던지며 화를 낸다. 괴로워하던 김감독은 죽은 심감독을 보게 된다. 김감독은 문공부는 검열한다고 괴롭히고 영화 하는 것들은 뒤에서 자기를 조롱한다고 괴로워한다. 김감독은 자신이 재능이 없는지 괴로워한다. 신감독은 자신을 믿고 가슴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촬영하라고 한다. 신감독의 환영은 불이 붙고 사라진다. 신감독의 부인은 어려운 장면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 묻는다. 회의를 하다 그들은 최국장이 오면 반공영화 대본을 주고 결말은 다르게 촬영하자고 한다. 미도는 유림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신이 대신한다고 한다. 호세는 유림이가 홀몸이 아니라고 말했다가 유림이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을 듣는다. 아수라장 속에 최국장이 현장 검열을 위해 나온다. 김감독은 최국장을 피해 도망가고 풀이 죽은 호세와 만난다. 김감독은 다시 최국장을 만나 반공영화라고 설명한다. 다시 영화의 결말을 찍던 배우들은 불이 나고 영화 세트장은 다시 엉망진창이 된다. 원래 결말은 바람을 피우던 남편에게 복수하다 증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내용이었다. 김감독은 이민자(임수정)의 역할을 바꾸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현실을 개척하는 스토리로 바꾼다. 하지만 결국 불륜을 저지르던 남편 강호세, 불륜녀 한유림, 남편의 불륜을 증오하던 오여사, 공장 여공과 불륜을 저질러 이민자를 낳은 회장 모두 거미집에서 죽게 된다. 금고 속에서 나온 거미가 모든 사람을 천장에 거미줄로 묶어 놓은 장면은 괴기스럽고 코믹했다. 

 

12. 꿈도 검열되던 시대의 자화상, 거미집 감상평

영화는 액자구성처럼 '거미집'의 이야기 내용과 영화를 촬영하는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영화 촬영장과 실제 '거미집' 영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 번에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또한 우리가 살아보지 못했던 1970년대 감독의 고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실제 칸 영화제에서 거미집은 혹평과 호평을 같이 받았다. 비록 영화 상영 후 기립 박수를 받긴 했지만 말이다. 싸구려 치정극으로 끝날 뻔한 영화를 주인공의 현실 개척 의지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바꾼 것은 잘한 것이다. 하지만 감독이 완성한 결말이 걸작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검열이 심하던 시대에 감독의 고민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 과정이 진지하면서 우스꽝스럽고 정신이 없다. 결국 신감독이 죽자 금고에서 돈을 훔쳐 나오는 백회장, 신감독의 시나리오를 훔쳐 나오는 김감독의 모습이 현실적이다. 둘 다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인물은 전여빈이다. 신성 필림의 재정담당인 신미도는 일본 유학파이다. 미도는 김감독의 바뀐 시나리오를 보고 감동하여 적극적으로 촬영을 돕는다. 철거중인 세트장을 멈추고 검열 나온  분은 술을 먹이고 감금한다. 오여사는 왜 김감독의 영화는 막장에 콩가루인 줄 모르겠다고 일갈한다. 김지운 감독과 인연이 있는 배우 정우성의 출연은 영화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영화를 아끼는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2023년 76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 70회 시드니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되었다. 그리고 2023년 28회 춘사국제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44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과 미술상을 받았다. 5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남우조연상을 받게 해 준 작품이다.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의 출연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그의 나래이션은 소설을 읽어 주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리고 1970년대의 흑백 영화에서 어색한 말투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이틀 동안 갇혀서 촬영하던 배우들이 퇴근할 때, 비로소 관객들도 영화를 보고 나가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