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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보며 울고 웃고

영화 밀수 줄거리, 바다에서 해녀들의 생존력이 돋보인다

by 연잎의노래 2023. 11. 24.

영화 '밀수' 포스터

1. 바다에서 강한 해녀들이 돋보이는 줄거리

   1970년대 가상의 도시,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공장이 들어서면서 해녀들에게는 생계의 위기가 닥친다. 공장이 들어선 후 해녀들은 빈 조개껍데기만 건져 올린다. 그러나 생활력 강한 해녀들이 이 위기에 가만히 손 놓고 있지는 않다. 조춘자(김혜수)는 해녀들의 리더 엄진숙(염정아)에게 바닷속에 빠진 물건을 건져 올리면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며 같이 이 일을 하자고 제안한다. 생계형 범죄에 가담한 해녀들은 처음에는 꽤 좋은 이득을 본다. 하지만 일화천금을 만져 본 것도 잠시 밀수를 감시하는 배에 걸려 아버지 엄선장이 목숨을 잃는다. 진숙은 아버지도 잃고 감옥에 들어가서 큰 고통의 시간을 갖는다. 다들 도망친 춘자가 배신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춘자는 몇 년 후 진숙이 풀려 났을 때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 권필삼(조인성)을 만나 다시 군천으로 돌아온다. 더 커진 밀수판에 진숙도 다시 참여한다. 진숙이 참여하는 이유는 다른 해녀의 생활고를 해결해 주기 위한 조건이었다. 영화는 진숙과 춘자의 워맨스에 더 초점을 둔다. 생계를 위해 해녀들은 바닷물 속에서 목숨을 건다. 한편 진숙의 아버지가 죽고 어눌하고 말도 못 하던 장도리가 승승장구한다. 감옥을 나온 진숙은 같이 일하던 해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 그 동생을 돕기 위해 다시 밀수에 나선다. 사람들은 춘자가 배신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의의로 어눌한 장도리가 엄선장의 배도 차지하고 인생을 바꾸려는 야망을 품은 인물로 나온다. 의외의 인물은 우직한 군천시 세관 계장 이장춘(김종수)도 마찬가지이다. 바닷속에 밀수한 물건을 두고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반전이 재미있다. 처음에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던 이 영화는 한 여름의 더위를 시원한 바닷속 해녀들의 모습으로 식혀 준다. 특히 해녀들의 의리, 생존력이 볼만한다. 육지에서는 해녀들을 위협했던 폭력성 가득한 인물들이 바다에서는 해녀들에게 힘을 못쓰고 나약해지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2. 등장 인물

      14살에 식모살이부터 시작해 피치 못해 살인을 하게 되는 춘자는 밀수가 세관에 걸리자 몰래 도망친다. 많은 오해를 받지만 진숙과의 의리로 오해도 풀게 된다. 특히 씬스틸러로 활약하는 조인성은 44회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받는다. 처음에 악독해 보였던 그는 위기의 순간 춘자를 구하는 멋진 꽃미남으로 변한다.뉴-종로다방의 막내로 시작해 마담까지 되는 고옥분(고민시)의 매력과 활약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있는 요소이다. 고민시는 이 영화로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특히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잘 구사한 옥분은 군천의 정보통으로 마담인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항상 연약할 것만 같은 옥분이 마지막에 펼치는 활약도 재미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라 의외로 배신을 잘할 것 같은데 의리가 있다. 이 영화의 음악 감독을 맡은 사람은 가수 장기하이다. '앵두'(최헌), '님아'(펄 시스터즈), '연안부두'(김트리오) 등의 음악이 선곡되어 있었으며 배우들도 장면에 몰입하기 위해 선곡된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1970년대 음악을 좋아한다고 밝혔는데 장도리 무리가 권상사를 죽이려고 올 때 나오는 음악은 산울림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이다. 잔인한 장면에 이 음악이 나오니 묘한 매력이 있었다. 어제 청룡영화상에 등장한 가수 중 장기하만이 모두를 기립시켜 즐겁게 축제에 참여하게 했다. 더불어 장기하는 '밀수'의  음악감독으로서 44회 청룡영호제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이 영화를 통해 가수 장기하가 아닌 음악감독으로서의 존재감도 강해진 듯하다. 특히 배우들의 70년대 레트로 패션이 돋보인다. 조춘자, 엄진숙, 장도리, 조인성 등의 복고 패션이 정말 잘 어울린다. 해녀들의 수중 액션신 또한 흥미진진하다. 사람이 가장 큰 빌런인 줄 알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바닷속 빌런이 영화의 해결사가 된다.

   

 

3. '밀수'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가 44회 청룡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한여름 방학의 무료함을 달래고 더위를 식히기 위한 안성맞춤의 영화였다. 배우들의 복고 패션도 볼만했고 자연스러운 연기도 훌륭했다. 포악하고 잔인했던 남성들이 수중의 해녀들에게 맥을 못 추는 나약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배신한 줄 알고 이를 갈던 진숙이 춘자의 진심을 알고 서로 챙겨 주는 모습도 좋았다. 감옥에서 아버지를 잃은 고통과 죄책감에서 괴로워하던 진숙이 나약해졌을 때, 춘자는 다시 아버지의 배를 찾게 도와준다. 진숙이 아버지의 배 조종을 하게 되는 순간도 감동이다. 어리바리하고 순박하게 해녀들을 돕던 장도리가 양아치로 변신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했다. 진숙이 해녀들이 착취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같이 빨래를 빨고 생선 공장에서 일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항상 우직하고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 같은 세관 계장도 자신의 욕심을 위해 밀수를 하는 야비한 인간으로 등장한다. 오히려 힘없고 나약한 여성 주인공인 해녀들이 바닷속에서 더 강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 준다. 항상 정직하게 살아온 진숙의 아버지 엄선장과 그의 아들 진구가 바다에 빠져 죽는 모습은 안타깝다. 죽은 줄만 알았던 모배우가 마지막 쿠키 영상에 등장하고 춘자가 다이아몬드를 김에 붙여 주는 장면은 두고두고 우리 딸이 좋아하는 장면이 되었다. 조금 개연성이 없어 보였지만 코믹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