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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보며 울고 웃고

비닐하우스 줄거리, 감상평

by 연잎의노래 2023. 10. 16.

1. 줄거리

   어제는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6화까지 다 포스팅해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요즘은 OTT 홍수의 시대이다. 쏟아지는 영화와 드라마 중에서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고르는 것이 힘들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끔 넷플릭스 시리즈 보다가 소파에 누워 있는 나를 보면, 언젠가 티브이 보다가 소파 위 벽에 영정사진이 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실제가 될까 겁이 난다.
   '비밀하우스'는 내가 좋아하는 김서형 배우님이 나오고 넷플릭스 한국영화 순위에서 2위를 하고 있어 보게 되었다. 영화는 탁, 탁 치는 소리로 시작된다. 뭐지하고 보고 있었는데 문정(김서형)이 비닐하우스에서 자신의 빰을 빨개지도록 때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후에는 문정은 청소년 보호소에 갇혀 있는 자신의 아들을 만나러 간다. 아들은 여기에서 나가면 삼촌집에 가기 싫다고 엄마와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 보호소를 나오면서 문정은 다른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머리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문정의 직업은 간병인이었고 태강과 화옥이 사는 집에서 그들을 돌보고 있었다. 화옥은 치매로 '아가씨, 여기 오지마, 나 죽이려고 그러는 거지'하고 불안에 떤다. 설상가상 교수였던 남편 태옥마저 눈이 멀어 앞을 못 본다. 문정은 화옥이 침을 뱉어도 참고 태옥에게 반찬까지 하나씩 올려 주며 알뜰히 돌보고 있었다. 영화의 시작이 불안한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왠지 아픈 문정이 좀 더 아픈 두 노인을 돌보고 있는 상황이 살얼음 판 위에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문정은 태강에게 차를 빌리고 태강은 흔쾌히 그놈도 달리고 싶을텐데 언제든지 타고 싶으면 타라고 한다. 문정은 본인도 아프고 아들도 보호소에 있는데 치매인 엄마까지 병원에 모시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본인은 혼자 집도 없이 이혼하고 비닐하우스에 산다. 진짜 참 열악해서 할 말이 없다. 밤에 혼자 누워 벌레를 보고 있는데 벌레가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문정의 자해를 본 사람이 여기 심리상담이 공짜라면서 문정에게 소개를 해 주었다. 문정은 거기서 순남을 만나게 된다. 순남은 엄마가 데리러 온다고 했으나 데리러 오지 않았고 할머니와 살고 있었다. 게다가 할머니도 얼마전에 돌아가셨고 선생님이 자꾸 자기에게 몹쓸 짓을 한다고 말한다. 순남은 마음의 돌덩이를 발견하고 들춰내며 엄마를 용서하고 자해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화옥과 태강은 가끔 해외에 사는 손자, 손녀인 준이와 제이에게 영상통화를 한다. 영상을 찍는데 아들 규상에게 '애비야, 이 아가씨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 데리러 와야 한다'라고 말하는 화옥 때문에 통화가 끝이 난다.

   태강은 의사인 친구 희석이에게 찾아간다. 희석은 태강이 치매 초기라고 전하고 담배를 권하지만 태강은 거절한다. 태강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데 치매가 되면 그때는 뭐가 보일까 하고 허탈해한다. 희석은 '미친놈' 그러면서 친구를 불쌍하게 쳐다본다. 

"조금 있으면 내가 눈 먼 것도 잊어버릴 때, 

내 눈에 뭐가 뵐지

 

기대가 된다."

   문정은 그 선생님이란 사람이 괴롭히면 경찰에 신고하고 하지 말라고 말하라고 한다. 그렇게 했다가, 밤에 얻어맞은 순남이 찾아와서 비닐하우스에서 같이 자게 된다.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상담사님이 조심하라고 순남이 장애 3급이라고 하고 이상한 말을 하고 다닌다고 했었다. 하지만 문정은 개의치 않고 친절하게 대했다. 언니랑 이 비닐하우스에서 같이 살고 싶다면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니 얼굴이 보석처럼 빛났다고 말하는 순남. 순남은 선생님을 신고하고 싶어도 선생님이 잡혀 가면 어디서 살아야 되냐고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여기서 언니랑 살까요 하고 욕심을 내게 된다.

   문정은 날씨도 좋은데 태강에게 하고 싶은 운전을 해 보라고 한다. 화옥, 문정, 태강은 비어 있는 주차장에 가서 태강이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하게 된다. 태강은 자신이 치매라고 운전해 봐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화옥과 같이 요양원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문정은 거기는 죽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뿐인데 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린다.

   어느 날, 태강은 친구 희석과 다른 친구들을 만나러 식당을 간다. 그런데 그 날이 화옥이 죽는 날일 줄이야. 화옥은 문정과 목욕을 하다가 '아가씨 오지 마, 나 죽이러 왔지?'하고 욕조를 닦는 문정과 실랑이를 하다가 바닥에 넘어져 피를 흘리고 죽는다.
   당황한 문정은 119에 전화하려 하는데 그때 정우가 전화를 한다. 정우는' 엄마 나, 나가면 엄마랑 살고 싶어, 삼촌집 가기 싫어' 하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문정은 정신이 들어 화옥을 이불에 싸서 옮기고 욕실의 피를 닦는다. 친구들과 즐겁게 술 한 잔 하고 온 태강은 거실에 있는 전축에서 '비탈리 샤콘느'를 튼다. 음악을 틀러 가는 사이 숨죽이고 있는 문정과 이불에 싸여 죽어 있는 아내를 미처 보지 못하는 태강의 모습이 안타깝다.

   삶은 진짜 선택과 결정의 문제인 것 같다. 그때 119에 신고만 했더라면 모두 정상참작 되는 상황인데, 아들과 살고 싶어서 전세금 만기를 기다리며 살던 문정은 안타까운 결정을 내린다. 그날 밤 문정은 태강에게 여기서 자고 가겠다고 하며 화옥과 같이 있다가 화옥의 시신을 비닐하우스로 옮기게 된다. 하필 비닐하우스로 화옥을 옮겨 들어오는 순간 순남이 생일 파티를 하자며 찾아온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었던 순남이 케이크로 옷을 버리자 씻고 오라고 화장실로 보낸다. 그 사이 문정은 화옥의 시신을 옷장에 넣고 자전거 열쇠로 걸어서 잠근다. 

     한편 문정은 태강을 찾아 온 경일(남연우)과 차 속에서 키스를 한다. 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해도 태강의 제자인 경일은 문정을 찾고 나중에 또 찾아온다. 경일은 아들이 나오면 셋이 같이 살자고 하나 문정은 거절한다. 그런데 문정을 좋아하는 경일은 순남에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었다. 순남은 아는 언니가 이렇게 하라고 했다면서 칼로 차에서 그를 찌른다. 

   언제나 자살할 때만 찾던 태강은 욕실에서 넥타이로 죽으려고 넥타이를 매러 간다. 그런데 그때 화옥을 죽이고 대신 문정이 데려 온 문정의 엄마가 볼 일을 보고 있다. 인기척을 느낀 태강은 자살 시도를 멈춘다. 그러다가 소파에 앉아 있던 문정의 엄마 손을 만져 보고 얼굴을 만져 보다가 화옥이 아님을 알아차린다. 태강은 희석에게 전화를 해서 집에 와서 화옥의 얼굴 좀 봐 달라고 한다.

  희석이 화옥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순간 문정이 도착하고 귤 상자를 떨어 트린다. 놀란 문정은 목욕시킨다며 자신의 엄마, 춘화를 데려간다. 정말 긴장되는 순간인데 희석이 얼굴을 확인하지 않는 바람에 태강은 자신의 치매가 좀 더 심해졌다고 오해를 한다. 화옥은 원래 최고의 미인에다 지성인이었고 태강이 부른 노래에 반해 연애를 하게 됐다고 한다. 

   희석은 너 문정씨 돈 많이 드려야겠다고 하며 딸도 저렇게 못한다고 한다. 태강은 떠날 준비를 한다. '제이와 준이'에게 영상을 남기면서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항상 '선택'과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때 춘화가 화옥의 드레스를 입고 들어와 영상에 살짝 찍힌다. 태강은 문정이 먹인 수면제가 담긴 주스를 먹고 자는 춘화를 목 졸라 죽인다. 그러다가 춘화의 목소리를 듣고 '이것 당신 목소리 아니잖아' 이러고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 태강은 '먼저 가 있어요.'하고 춘화의 목을 조른다. 희석은 태강의 집에 와서 대문에 쓰인 편지를 본다. 

   그때 정우가 보호소에서 친구들가 어울려서 나온다. 네 명의 친구들은 어디에서 술을 먹을까 하다가 문정의 비닐하우스로 들어간다. 테이블에 술과 안주를 올린 순간 문정이 들어온다. 문정은 아파트에 이삿짐을 나르고 청소를 하다가 심하게 자해를 한다. 정우가 옷장에 걸린 자전거열쇠를 0530, 자신의 생일로 연 순간 문정이 들어오고 아이들은 숨는다.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문정. 비닐하우스가 불에 타고 정우와 아이들이 죽었는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선택으로 아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

 

2. 감상평

   이 영화는 보고 나서 씁쓸함이 한 가득이다. 어떤 감동과 카타르시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하지만 깨달음을 준다. 인생에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준다. 아들과 살고 싶은 마음에 화옥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선택이 큰 화를 불러온다. 엄마 춘화는 태강 손에 죽었고 화옥도 죽게 되었고 태강도 죽는다. 정우와 그 친구들의 생사도 모른다. 태강은 문정에게 성의 표시도 했다고 한다. 문정은 그 돈과 자신이 적금한 돈으로 아들과 살 아파트 전세금을 마련했다. 비닐하우스는 진짜 열악한 주거 상태인데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문정 자신도 정말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문정이 행복해지기를 바랐는데 안타깝다. 
   김서형 배우는 이 영화로 32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4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문정에 대한 섬세한 분석력과 열연이 그 이유일 듯하다. 또한 이 영화는 27회 부산국제영화제, 왓차상, CGV상, 오로라미디어상을 받았다. 순남 역을 맡은 안소요 배우는 '불편하지만 꼭 세상에 나와야 하는 영화'로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안 배우는 내면의 갈등이 투명하게 묘사되고 모순적인 순남에게 끌렸다고 한다. '더 글로리' 경란에서 '비닐하우스' 순남까지 안소요 배우도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비닐하우스'는 무거운 주제이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